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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장애

언어발달장애- 우리반 자폐아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요?

ㅂㅂㄲㄲ 2021. 10. 27. 16:39
선생님, B의 학부모가 전화가 왔어요.
00이(고기능 자폐)와 자리를 떨어트려 달라고요..
1학기에도 그랬지만 2학기에 전면 등교를 하면서
00이가 B를 끊임없이 쳐다봐요.
계속 그 주위를 맴돌구요.

특히 친구들에게 기분 나쁜 말투로 놀리듯 말해요.
예를 들면, 많이 지각한 시간이 아닌데도
자기보다 늦게 온 친구에게
"늦게 왔지?!!" 하며 잘못을 꼬집고,
수업시간에 실수한 친구에게는
"넌 그것도 못하냐, 그러니가 니가 그렇지!" 라고 해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상처를 받아도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B는 그 말을 넘기지 못하고 같이 반응해요.
B 역시 기질이 예민한 아이거든요.
B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지
학교를 가기 싫다고 했대요.


영어시간에도 좋아하는 친구 A하고만 어울리고 싶어하고, 그게 어려우면 활동을 거부해요.

-통합교사와의 상담전화


00이의 모습을 보면
요즘 말로 #내로남불 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학적으로 보면 #자기중심적 인 미성숙.
특수교육학적으로 보면 #자폐적특성.

나는 해도 되지만 친구가 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
왜냐하면 규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00이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마음에 남아 친구들의 부정적인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꽂히며 반복하기 때문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말로 피드백해주는 것이 적합하다.
예를 들어 지각하는 상황에서는 “일찍 오자”,
친구가 실수할 때는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거야”로 순화하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순화한다고 해서
00이의 마음이 풀릴까?

당장 나 자신만 해도 부정적 감정에서는
욕이든 비속어이든 속시원하게 질러버릴 때
감정이 잔잔해지는데
하물며 자기통제와 조절이 어려운 00이는
대체 언어로 그 감정이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00이에게
바람직하면서도 자기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대체 언어를 스스로 표현하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경계성 자폐 수준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수는 모두 케바케이다.)


00이는 초등학교 내내 지적장애였다가
자폐성으로 장애군을 변경하였다.
00이를 만났을 때 도저히 지적장애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들에 교수 방법에 혼란을 겪었다.
물론
지적장애처럼 발달 단계를 따라 순서대로 발달해가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교과학습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폐성장애처럼 어느 한순간 놀라운 성장으로 단계를 건너뛰는 사고와 발달을 보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특수교사를 하면서
올해처럼 가-나-다 수준의 학생이
한 반에 있고,
이론이 아닌 전형적인 실전 자폐?!로 고민한 해도 없었을 것이다.

다음은 통합교사에게 안내해준 나의 코멘트이다.

1. 빤히 쳐다보는 것: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관심'이라고 보여요.
자폐 특성인데 대개는 사람이 아니라 바퀴같은 물건이나 장난감이 대상이에요.
00이가 가수/자동차/공룡이름 외우는 것도 이런 쪽에 속해요.

이런 관심은 00이가 좋아하는 긍정적인 다른 관심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요.
(저는 00이가 좋아하는 초성퀴즈를 수업시간에 넣어요 ㅎ)

2. 기분 나쁜 말: '반향어 중에서도 지연반향어' 특성이라고 보여요.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문장 전체를 반향하는 것인데
이게 하필 열에 한두개 정도 상황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것 때문에
갈등이나 혼동이 일어나요.
1학기에 저하고도 그랬고요 ㅠㅠ
그런데 이게 비일관적인 패턴이라 이렇게 들어맞게 나오는 오류상황을 찾아내야 하는데
00이의 경우는 아마 대화 시작하기 기술부터가 안되서
앞에 말을 모두 떼어먹고 딱 '기분 나쁜 말' 만 나오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쉽지 않지만 I-massege로 '기분 나쁜 말이야, 이럴 땐 이렇게 말해줘' 하고
청자(아이들)한테 넘어가달라고 말씀 부탁드려요ㅠㅠ

3. 끊임없는 중얼거림, 팔을 들어올리는 행동 : '높은 불안에서 오는 동일성 추구(강박적 행동)'일 거에요.
일반사람들도 불안하면 다리 떨기나 머리카락 뽑기같은 반복행동을 하는데,
이 불안 정도가 심해져 징크스처럼 그 행동을 안하면 안되는 강박으로 넘어가요.
00이가 이 단계인거죠.
불필요한 행동이라면 소거해야지만
자기 안정을 위한 자기자극 행동이라면 어느 정도는 수용해주고
불안도를 낮출 수 있게 감정을 읽어주거나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마지막으로 이 학생의 어머니께서는
00이와 B가 더 이상 같은 반이 되지 않길 기도한다고 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반을 배치할 때 이를 고려해주십사..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뿐..



나는 고지 받았다..ㅋ